영어유치원을 2~3년 다닌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. 짧은 말은 정말 자연스럽게 합니다. "Can I have this?", "I don't like it." 발음도 좋고 주저함도 없어요. 그런데 교과서에서 세 줄짜리 문장을 만나면 갑자기 멈춥니다. 단어는 거의 다 아는데, 문장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고 해요.
아이가 게을러서도, 머리가 나빠서도 아닙니다. 지금까지 쌓아 온 능력과 지금 필요한 능력이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.
영어에는 세 가지 다른 능력이 있습니다
- 말하는 영어: 자주 쓰는 표현을 통째로 꺼내 쓰는 힘
- 읽는 영어: 글자를 소리 내 읽고, 아는 단어를 알아보는 힘
- 구조를 보는 영어: 문장 안에서 누가(은) 무엇을 하는지(다), 무엇을(을) 하는지 찾아내는 힘
영유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빠르게 자랍니다. 그런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과 교과서가 요구하는 것은 세 번째입니다. 그리고 세 번째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.
"자연스럽게"가 통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
아이가 모국어를 "자연스럽게" 익히는 이유는, 하루 종일 듣고 말하면서 틀릴 때마다 엄마 아빠가 바로 고쳐 주기 때문입니다. 엄청난 양의 입력과 끝없는 교정,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"자연스럽게"가 됩니다.
한국에서 영어를 그만큼 듣고, 그만큼 자주 고쳐 받기는 어렵습니다. 그래서 그 빈자리를 구조를 보는 눈으로 채워 줘야 합니다.
직역 한 문장으로 확인해 보세요
아래 문장을 아이에게 해석해 보라고 해 보세요.
I had a hard time finding the book that my teacher recommended.
대부분 이렇게 답합니다.
- "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찾느라 고생했어요."
뜻은 맞습니다. 그런데 이 해석에서는 영어 문장의 뼈대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. 이번에는 영어 순서 그대로, 조금 어색해도 끊어서 읽어 봅니다.
- I (나는) — 은
- had (가졌다) — 다
- a hard time (힘든 시간을) — 을
- finding the book (그 책을 찾는 데) — 덧붙는 말
- that my teacher recommended (그 책은 선생님이 추천한 것) — the book을 설명하는 말
이렇게 보면 "had a hard time + ~ing"라는 표현, the book 뒤에 붙은 that 덩어리가 앞의 명사를 꾸민다는 것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. 의역은 이 모든 것을 한국어 속에 녹여 버립니다.
의역은 영어를 다 이해한 뒤에 하는 것이고, 직역은 영어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. 처음에는 딱딱하게 들려도 괜찮습니다. 그 딱딱함이 바로 영어의 구조입니다.
필요한 것은 품사 4개와 자리 4개뿐입니다
문법 용어를 잔뜩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.
품사 4개
- 명사: 이름 (book, teacher, time)
- 형용사: 명사를 꾸미는 말 (hard, happy — 우리말로 'ㄴ, 의, ~할')
- 동사: '~다'로 끝나는 움직임과 상태 (had, recommended)
- 부사: 동사나 형용사, 문장을 꾸미는 말 (really, now — 우리말로 '~하게')
자리 4개
- 은다: Birds sing. (새들은 노래한다)
- 은다을: I like apples. (나는 좋아한다 사과를)
- 은다로: She became a doctor. (그녀는 되었다 의사로)
- 은다을로: The news made her happy. (그 소식은 만들었다 그녀를 행복하게)
영어 문장의 대부분이 이 네 가지 안에 들어갑니다. 아이가 문장을 보고 "이게 은이구나, 이게 다구나" 하고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되면, 문법은 외울 거리가 아니라 문장을 읽는 지도가 됩니다.
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것
- 아이가 읽은 영어 문장 하나를 골라 해석을 직접 써 보게 해 주세요. 말로만 하면 대충 넘어가도 티가 나지 않습니다.
- 해석이 매끄러운지보다 은·다·을이 맞게 찾아졌는지를 봐 주세요.
- 새 단어를 외울 때 뜻 옆에 품사를 같이 적게 해 주세요. (beautiful — 형용사 — 아름다운)
SangSamStudy에서는
글자를 읽기 시작한 아이라면 바로 품사와 자리값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. SangSamStudy의 PRE 1단계(엄마표 · 무료자료)는 파닉스와 자리값을 집에서 함께 익힐 수 있게 만든 과정이고, PRE 2단계부터 짧은 지문을 한 문장씩 직독직해하며 은다을을 찾는 연습을 합니다.
말하는 영어가 이미 있는 아이라면, 그 위에 구조를 보는 눈만 더해 주면 됩니다. 그때부터 영어가 다시 자라기 시작합니다.